추론이란 무엇인가
게시글 주소: https://hpi.orbi.kr/00067574982
대학수학능력평가에서는 추론이라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전 한번도 추론이라는 단어의 뜻을 깊이 있게 곱씹은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추론이라는 단어를 정확히 알거나 쓰지 않았다고 해서 여러분이나 저가 추론이라는 사고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우선 추론의 뜻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미 알려진 정보를 근거로 삼아 다른 판단을 이끌어 내는 것. 이라고 아주 쉽게 나와 있습니다. 전 이것을 좀 더 쉽게 말해보자면, "직접 보지 않고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상상하는 능력" 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수능 영어를 가르치시는 조정식 선생님께서는 인스타그램에 과거 이런 게시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9EVAm-D3oE&ab_channel=%EC%88%98%EB%8A%A5%EC%A2%8C
조정식은 못생겼다 라는 문장이 있다고 칩시다. 이걸
고등학교 1학년 모의고사에서는 있는 그대로 서술합니다
조정식은 못생겼다
2학년이 되잖아요? 어휘 수준만 살짝 높입니다
조정식은 추남이다
수능 영어에서는 관용적이고 추상적인 문장으로 만들어집니다
아름다움이 죄라면, 조정식은 무죄이다
어떤가요? 수능 영어에서는 절대 직접적으로 말해주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무슨 짓을 하다가 낚이고 틀리느냐, 수능 영어를 생각 없이, 추론 없이 있는 그대로만 읽고 선지랑 비교해가면서 직접 언급한 동일한 문장 딱 하나만 보이면 그걸 찍고 넘어가버립니다.
이는 수능 국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질이 낮은 사설 모의고사 같은 곳에서는 선지와 본문의 내용을 단순 일치시키는 내용을 넣습니다. 코그니타 사피엔스는 인지 과학과 관련된 글을 쓴다 라고 본문에 제시하고, 선지를 대충 이렇게 씁니다
코그니타 사피엔스는 글을 많이 쓰는데, 그것들은 인지 과학과 관련된 것이다.
이 문제를 푸는데 추론은 커녕 생각조차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눈알 굴려서 동일한 단어와 맥락이 등장하면 그걸 찍으면 됩니다. 그러나 수능 국어나 영어, 수학 등에서는 이런 식으로 공짜로 점수를 주지 않습니다.
수능 수학을 예시로 들어볼까요. 수학은 당연하게도 추론을 많이 해야합니다. 특히 제가 보았던 19학년도 수능 수학 21번 문항은 제가 추론을 적절하게 사용해서 푸는데 딱 30초에 불과했던 문제입니다.
(가) 식을 오랫동안 쳐다볼까요? 뭔가 보이지 않으십니까? 그렇습니다. 양 변은 'f(x)와 관련된 어떤 식의 미분과 관련된 식' 입니다.
게다가 (나) 식을 보면 f(x)라는 식의 함숫값을 여러개 주었습니다. 아하, 저는 순간 번뜩이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식을 보니 미분한 꼴이고, (나)식에서는 f(x)의 함숫값을 주었으니, 이건 f(x)에 관한 미분식을 적분하고,
함숫값을 일일이 집어넣어서 적분상수 c를 찾아내서 최초의 함수를 찾아내라는 식이구나!!"
라고 문제를 출제한 출제위원의 의도를 추론해 냈습니다.
만약에 이 문제의 말미에 제 생각과 같은 내용을 적어두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 문제는 매우 쉬운 문제로 전락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각 문제가 요구하는 과정, 사고 방식을 우리는 추론해내야 합니다.
힌트를 보고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생각을 해야한다는 말입니다. 어려운 수능 수학 문제는 힌트를적게 던져주고 철저하게 수험생의 추론 능력을 시험합니다. 만약 수능 수학에 모든 문제에 "이 문제는 ~~한 식으로 풀으시오. 이 문제에서는 ~~한 힌트를 활용해서 이렇게 생각하시오"라고 직접적으로 제시해준다면 어떨까요? 굉장히 쉬워질 것입니다. 왜냐, 추론을 할 꺼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과거에 연재한 전쟁사 이야기에서도 미드웨이 해전 당시 미군 지도부가 일본 지도부의 타격을추론한 사례가 있습니다.
당시 미군은 상대방의 암호 통신을 감청하였는데, 특이하게도 각 함선의 통신수의 습관 또한 정리해 두었었습니다. 미드웨이 해전 당시 일본 지도부는 항공모함에 타고 있었고, 항공모함에 배치된 통신수를 통해 모든 명령이 내려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미군 항공기들이 우루루 몰려가서 얼마 시간이 지난 후, 갑자기 일본 지도부의 통신이 항공모함에서 전함으로 옮겨갑니다. 이것을 어떻게 알아냈냐면, 항공모함 통신수의 습관이 아니라 전함 통신수의 습관이 드러났기 때문에 지도부가 항공모함에서 전함으로 옮겨갔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었습니다.
지도부가 왜 바쁜 싸움 와중에 쓸데없이 항공모함에서 전함으로 옮겨가겠습니까? 보나마나 아까 몰려간 미군 항공기들이 일본 항공모함에 궤멸적인 타격을 입혔기에, 전함으로 옮겨갔던 것입니다. 결국 미군은 직접 미군 항공기 조종사들에게 일본 항공모함이 침몰했다는 보고를 받기 전에도 상황을 파악한 것입니다.
미군 지도부는 직접 일본 항공모함의 타격을 보지 않았고, 보고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통신수가 바뀐 내용 하나만을 가지고 멋진 추론을 해낸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도 우리가 직접 보지 않거나 듣지 않고도 뭔가 상황을 유추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추론이었던 것입니다. 여러가지 힌트를 통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건이나 사고를 알아내는 힘! 바로 추론의 힘입니다!
<수국비 상>
https://docs.orbi.kr/docs/7325/
<수국비 하>
https://docs.orbi.kr/docs/7327/
알고리즘 학습법
https://orbi.kr/00019632421 - 1편 점검하기
https://orbi.kr/00054952399 - 2편 유형별 학습
https://orbi.kr/00055044113 - 3편 시간차 훈련
https://orbi.kr/00055113906 - 4편 요약과 마무리
사고력이란 무엇인가
https://orbi.kr/00056551816 - 1편 바둑과 수싸움
https://orbi.kr/00056735841 - 2편 예절
https://orbi.kr/00056781109 - 3편 자유로운 직업세계
https://orbi.kr/00056882015 - 4편 따라하기
https://orbi.kr/00057164650 - 5편 어린 놈들이 약아서
https://orbi.kr/00057384472 - 6편 자기 스스로를 알아차리기
https://orbi.kr/00057614203 - 7편 체력분배
https://orbi.kr/00057650663 - 8편 수학적 상상력
https://orbi.kr/00057786940 - 9편 편견깨기
https://orbi.kr/00058147642 - 10편 시냅스, 알고리즘의 강화
https://orbi.kr/00060975821 - 11편 자문자답
https://orbi.kr/00061702648 - 12편 '박영진 이혼전문변호사'를 통해 재밌게 알아보는 법률 이야기
https://orbi.kr/00062050418 - 13편 수능 국어 공부
https://orbi.kr/00062206444 - 14편 현우진이 말하는 독해력과 사고력
https://orbi.kr/00062298282 - 15편 교수 면담
https://orbi.kr/00062328444 - 16편 관세법과 일관성
https://orbi.kr/00062406700 - 17편 말하기 공부법
https://orbi.kr/00062419084 - 18편 공부 못하면서 허세 좀 부리지 마십시오
https://orbi.kr/00062495541 - 19편 법조인에게도 필요한 수능 국어 비문학 독해력!
https://orbi.kr/00062583015 - 20편 - 전쟁에도 유형이 있다
https://orbi.kr/00062643940 - 21편 국어, 수학, 과탐 공부 이렇게 해보십시오
https://orbi.kr/00062818762 - 22편 똑똑하고 재능이 있다는 것은 노력할 수 있다는 것일까요?
https://orbi.kr/00063239512 - 23편 어려운 문제도 잘게 쪼개면 풀 수 있다!
https://orbi.kr/00064157242 - 24편 리터러시(문해력, 독해력)이란 무엇인가
https://orbi.kr/00064692514 - 25편 단순히 많은 학습 시간은 배신을 할 수 있다!
https://orbi.kr/00064934387 - 26편 대한민국은 강대국이 될 자격이 없다
https://orbi.kr/00065089413 - 27편 본질 feat. 반추 동물의 생존
추론이란 무엇인가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2년만에 내가 최고점 갱신햇대 ㅎㅎ. 헷.
-
오늘 중간고사 본 고2입니다. 지구과학 문제오류인가요? 0
20번 문제에 스트로마톨라이트와 관련된 선지가 나왔습니다. (다) 시기는...
-
수학 2, 3의 벽은 어케 뚫냐? 물론 공부 최근에 던지기도 했지만 나름 수학만...
-
시험 쉬운 학교 중간 망했지만 기말에 올린 경험 있으신 분? 0
오늘 통합과학 봤는데 말장난에 꼬여서 문제 2개나 날렸음 이번 시험이 진짜 너무...
-
통합사회 통합과학 궁금해지네요 ㅋㅋㅋㅋ
-
건물주이고 싶다 4
빡치네
-
꼭 한 두개씩 틀리는데 1등급으로 올라가려면 다 맞추는 실력은 돼야하나요?
-
공부합시다 2
윤세은입니다
-
2 이상의 모든 자연수는 한 개 이상의 소수들의 곱으로 유일하게 나타낼 수...
-
왤케 선지 납득이 안되는 비율이 점점 높아지는거 같지 ㅋㅋㅋ 작년 대비해봐도 좀 더 그런거 같은데
-
화작충이여서 그런거같긴하다만 암튼 점수자체도 omr기준 84/ 푼걸론 89고..
-
직전11덮풀고 서연고약골고루나왔는데 수능도 뭐 비슷하게 나옴(영어 억까만 아니었어도'..)
-
별로임? 지문만 개 길고 등급도 없고
-
'훈련병 얼차려사망' 지휘관들, 동료 피해자들에 합의 시도 반복 2
PTSD 진단 훈련병, 국선변호사 해임하고 합의 없이 강경 대응 (춘천=연합뉴스)...
-
41기 대면멘토링 서강대학교 편안녕하세요, 여러분의 꿈의 열쇠를 찾고 조여주는...
-
80분동안 푼 점수에 5점 꽁짜로 얹어준다고 하면 한다 VS 만다 (4점 아니고 5점임)
-
오히려좋아
-
짜증나네 그냥 국어 운에맞기고 수탐에 올투자 해버릴까
-
9덮 사문 3
사문은 보정보다 무보가 백분위 표점 더 높게 나오네;;
-
연논 하... 7
100점이 대략 높공 합격선 지금까지로는 딱 50% 충족 연화 제발...
-
∀, ∃ 이거 두개 새로알았는데 엄청난 응용이 가능한듯
-
이거 하나 치려고 직장 첫 휴가받고 나온 1인 ㅋㅋㅋㅋ
-
보통 한 기출 여러번 복기 하면 어떻게 하시나요
-
평가원 작수 3 올해 9평 3 6평 1 이감 90초에서 100 사이 왔다갔다하는데...
-
이건 왜 그런거지….. 국어 어케해야하나오
-
100점은 힘들 듯 10
인정해야.
-
땡벌,, 이제수업못듣겠어땡벌..땡벌..
-
9덮 6
수능 파이티이잉
-
평가원>더프>서바>바탕>상상>한수>이감 걍 개인적인 선호도임
-
이미지모 2회 1
한시험지에 절댓값 문제가 5개임... 22번는 절댓값이 3중으로 있음 크아아악
-
생윤 홉스 질문 3
“국민은 주권자의 어떠한 행위도 처벌할 수 없다” 이 선지가 맞다는데 주권자의...
-
응애 5
응애
-
이참에 쉴지 리모델링 기간 동안만 새로 끊을지 홈트라도 할지 고민이 됨 몸...
-
하 아침애 졸려서 앞에 두지문 시간 너무씀….
-
하시발섹스
-
??? 참고로 저는 65/96
-
수능때 높은 3 낮은 2 정도가 목표입니다.. 세지 공부를 하다 안하다해서요 9모는...
-
대한민국 Top7 종합대학 중앙대 합격을 기원한다 !! 1
고삼 재삼사오수님들아.. 제군들 고생이 대단히 많다 ! 대한민국 Top7 종합대학...
-
팔 힘 심각한거같은데 12
어제 마더텅 세권가서 팔사이에 끼고 걸어다녔는데 팔에 알배겼어요,,심각한건가요,,...
-
그저 계산뿐인 대수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난이도 :2/5
-
내 모든 걸 걸고 말한다 본인 학교 화작이 1등급 인원이 ㅈ나 적거나 1컷...
-
난 왜 과탐으로 알고 있었지 완전 럭키비키
-
내일부턴 진짜 3
10시간이상 한다 진짜임
-
ㅋㅋㅋ 하지마셈 그거에 감정 쏟는 1%라도 여력이 있으면 그거 아껴서 수능에...
-
수업긑 6
돌아가자빠르게
-
하 ㅈ같은 지2련
-
윈터 귀엽다 2
-
같이 시킨 다른거는 다 왔는데 얘는 배송 정보가 아무것도 안떠요ㅠ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